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4월의 도쿄. 지난 3월 A.V.E.S.T 페스티벌에서 만나고 한눈에 반한 일본 록 밴드 w.o.d.(더블유오디)가 주최하는 기획 페스티벌 "TOUCH THE PINK MOON(터치 더 핑크 문)"에 다녀왔다.
✦ 'TOUCH THE PINK MOON' 의미

본격적인 라이브 리뷰에 앞서, 'TOUCH THE PINK MOON'이라는 이 낭만적인 타이틀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핑크 문(Pink Moon)'은 본래 미국 원주민들이 4월에 뜨는 보름달을 일컫는 말이다. 동시에 영국의 전설적인 포크 싱어송라이터 닉 드레이크(Nick Drake)가 1972년에 발매한 명반이자 유작의 타이틀이기도 하다.
w.o.d.는 닉 드레이크의 앨범에서 영감을 받아, 매년 4월의 보름달이 뜨는 시기에 맞춰 자신들이 경애하는 선배 밴드 혹은 주목하는 후배 밴드들을 초청해 이 기획 페스티벌을 개최해 오고 있다. 단순한 단독 공연을 넘어, 밴드의 취향과 색깔을 라이브하우스라는 공간 전체에 녹여낸 훌륭한 문화 페스티벌인 셈이다.
✦ 전시장이 된 라이브 하우스 로비

입장하자마자 감탄이 나왔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일부러 구겨서 연출한 핑크 문 종이 포스터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거친 질감을 살린 연출이 밴드의 록(Rock)적인 색채와 잘 어우러졌다.

끊임없는 굿즈 대기열을 지나 들어선 안쪽 공간에는 아티스트 사진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회장 곳곳에는 브라운관 TV와 비디오테이프, 카세트테이프들이 비치되어 있었는데, 헤드셋을 통해 실제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세팅되어 있었다. 이 아날로그적인 장치들은 최근의 레트로 붐과 맞물려, w.o.d.라는 밴드가 지향하는 음악적 뿌리를 시각적으로 짐작하게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드러머 모토요시가 직접 레시피를 고안한 팟타이를 판매하는 '모토요시 키친'이었다. 수많은 관객이 간이 테이블에 서서 팟타이를 즐기는 진풍경이 벌어졌고, 개장 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품절될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 이 밖에도 실크스크린 체험 부스와 카세트테이프를 활용한 DJ 부스가 함께 운영되어 페스티벌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1층에 마련된 관 형상의 포토스팟 역시 특유의 어두운 감성을 멋지게 살려낸 훌륭한 연출이 돋보였다.
또한 밴드 교체 시간 등 막간을 채운 DJ 라인업도 화려했다. 한국에도 내한한 적이 있는 인디고 라 엔드(indigo la End)의 드러머 사토 에이타로(佐藤栄太郎, Sato Eitaro), SUPERFUZZ의 타이시 이와미(TAISHI IWAMI), 그리고 w.o.d.의 베이시스트 켄 맥카이(Ken Mackay)가 직접 DJ 부스에 올라 플로어의 열기를 빈틈없이 유지했다. 그 와중에 보컬 사이토가 캔맥주를 들고 슬며시 나타나 관객들과 눈을 맞추고, 카메라를 향해 브이(V) 포즈를 취하며 웃어주는 팬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무대 위 날카로운 카리스마와는 또 다른, 그의 소탈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즐거운 순간이었다. (여담이지만, 켄이 디제잉을 하는 동안 드러머 모토요시가 토끼 탈을 쓰고 나타나 춤을 추고 있었다.)
✦ 파격적인 사운드: Texas 3000
最高かい
— w.o.d. (@wodofficial7) April 23, 2026
사이트우 pic.twitter.com/AnnlIofel8
ⓒ Texas 3000 / w.o.d. presents "TOUCH THE PINK MOON" at LIQUIDROOM
첫 번째 무대는 도쿄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쓰리피스 얼터너티브 록 밴드 '텍사스 3000(Texas 3000)'이었다. 2019년에 결성되어 현재 일본 인디 신에서 이른바 '신세대 이형(異形) 얼터너티브 밴드'로 불리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는 팀이다.
이날 이들의 무대는 명성대로 파격적이었다. 가사 전달보다는 악기 연주와 사운드 자체에 온전히 집중하는 듯한 퍼포먼스가 돋보였다. 포스트 록과 이모(Emo)의 요소를 넘나들며, 시리어스함과 기묘한 허무주의가 공존하는 이국적인 보컬과 강렬한 연주는 무척이나 유니크했다.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든 파격적인 장르의 무대를 현장에서 마주하고 그 다양성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자주 기획 페스티벌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 건반 선율에서 클럽 튠까지: 스트레이테너

이어서 등장한 스트레이테너(STRAIGHTENER)의 무대는 실로 압도적이었다. 오랜만에 마주한 호리에 아츠시의 보컬은 예전과 다름없이 맑고 청량했다. '原色(원색)'의 전주가 흘러나올 때의 감동, 그리고 'From Noon Till Dawn'에서 객석이 하나 되어 뿜어내던 열기는 잊기 힘들다.
특히 기타를 내려놓고 건반 앞에 앉아 눈을 감은 채 피아노를 치며 부른 'SIX DAY WONDER'의 라이브는 잠시 숨죽여 지켜봤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마지막 곡 'KILLER TUNE'에서는 분위기를 한껏 반전시켜 회장을 순식간에 열광적인 클럽으로 만들었다. '우리가 먼저 w.o.d.를 발견했다'며 자부심 섞인 애정을 드러낸 호리에의 MC에서는 선배 밴드 특유의 여유와 낭만이 묻어났다. (실제로 이틀 뒤 열린 아라바키 페스티벌에 w.o.d.의 사이토를 게스트로 세울 만큼 끈끈한 후배 사랑을 과시하기도 했다.)
유일하게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최근 세트리스트에 자주 등장했던 'シーグラス(Sea Glass)'가 이번 공연에서는 빠졌다는 것이다. 머지않은 다음 무대에서 꼭 다시 라이브로 마주할 수 있기를 기약해 본다.
✣ 스트레이테너
2026.04.26 Live at LIQUIDROOM
✣ Setlist 🔗
1. Melodic Storm
2. 原色
3. KINGMAKER
4. From Noon Till Dawn
5. SIX DAY WONDER
6. メタセコイアと月
7. Skeletonize!
8. KILLER TUNE
✦ 다크함과 유쾌함의 공존: w.o.d.

마지막 무대는 이번 기획의 주최자인 w.o.d.(더블유오디)였다. 첫 곡으로 무엇이 나올까 두근거리던 순간 울려 퍼진 'TOKYO CALLING'의 전주. 첫 곡임에도 플로어의 열기는 순식간에 정점을 찍었고, 묵직하고 거친 연주가 공간을 빈틈없이 채웠다. 애초에 이 곡에 반해 핑크 문의 티켓 예매를 결심했던 터라, 일찌감치 최고조에 달한 만족감을 안고 무대를 만끽하며 뛰어놀았다.
이어지는 무대 역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Take It Easy'에서는 보컬 사이토가 기타를 등 뒤로 돌려 연주하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묵직한 베이스 라인이 돋보인 'Fullface'에 이어 최근 발매된 타이업 신곡 'NON-FICTION'의 피로까지 빈틈없이 꽉 짜인 세트리스트가 휘몰아쳤다.
공연 중반부의 MC 시간은 이 밴드가 가진 또 다른 매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보컬 사이토는 "주변의 많은 도움 덕분에 핑크 문을 무사히 개최할 수 있어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진중한 인사를 전하더니, 이내 "그리고, 이런 이벤트를 개최한 나 자신에게도(감사하다)"라고 덧붙여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등 뒤로 기타를 치던 퍼포먼스를 마친 후 "이를 위해 오사카와 나고야 공연 때보다 훨씬 더 연습했다"며 쑥스럽게 웃어 보이던 모습도 마찬가지다.

무대 위에서는 한없이 쿨하고 날카로워 보이지만, 이따금 툭툭 던지는 말이나 행동에는 숨길 수 없는 소년 같은 귀여움이 묻어난다. 지극히 다크하고 우울한 가사를 쓰면서도 내면 한구석에서는 밝고 따뜻한 것들을 동경하는 듯한 모습 역시 흥미롭다. (이번에 새롭게 개설된 공식 팬클럽의 이름이 'SUNNY GARAGE'라는 점도 꽤나 상징적이다.) 이처럼 프론트맨 사이토를 비롯해 밴드 자체가 가진 다면적이고 입체적인 매력은, w.o.d.가 앞으로 어떤 궤적을 그려나갈지 계속해서 지켜보고 싶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마지막 곡은 메이저 데뷔 앨범의 첫 트랙인 'My Generation'이었다. 당연히 앵콜이나 대중적인 타이업 곡 'STARS'가 나올 줄 알았는데, 강렬한 'My Generation'을 끝으로 쿨하게 라이브가 막을 내려 처음엔 다소 당황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오직 '음악'과 '기획력'으로 승부하는 진짜 팬들을 위한 핑크 문 페스티벌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묵직하고 자신감 넘치는 세트리스트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 w.o.d.
2026.04.26 Live at LIQUIDROOM
✣ Setlist 🔗
1. TOKYO CALLING
2. Kill your idols, Kiss me baby
3. 1994
4. YOLO
5. Take It Easy
6. Wednesday
7. Fullface
8. NON-FICTION
9. モーニング・グローリー
10. 踊る阿呆に見る阿呆
11. My Generation
✦ 끝까지 방심할 수 없는 완벽한 디테일

라이브가 끝난 후 로비로 나서자, 낮 동안 영상과 소리를 재생하던 브라운관 TV들이 일제히 노이즈 화면으로 바뀌어 있었다. 포토스팟의 관 영상에는 '내년에 다시 만나요'라는 메시지가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라이브의 종료와 함께 공간 전체의 시간도 멈춘 듯한 이 기묘하고 섬세한 연출은, 단순한 공연 관람을 넘어 w.o.d.가 만든 하나의 '테마파크'에 놀러 왔다가 꿈에서 깨어나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어느새 다음 원맨 투어를 알리는 공지 포스터로 도배된 계단을 걸어 올라오며 전단지 묶음을 받았다. 포스터의 폰트만 봐도 오래된 아날로그 타자기로 두드린 듯한 감성이 묻어나, 밴드의 정체성을 다시금 엿볼 수 있었다.
전단지에는 원맨 투어 정보와 함께 새롭게 개설된 팬클럽 'SUNNY GARAGE'의 가입 안내서가 동봉되어 있었다. 원맨 투어의 타이틀은 파란색 테이프로 가려져 있어 아직 비공개 상태였다. 과연 어떤 이름이 될지 호기심을 자극하며, 이 밴드가 앞으로 그려나갈 궤적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싶게 만드는 완벽한 마무리였다.
✦ 에필로그

현장에서 초회 한정판 앨범을 구입하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자켓 디자인의 A2 포스터를 준다길래 뒤도 안 돌아보고 구매했다. 그런데 이틀 뒤 집에 돌아와 열어보니... CD가 아니라 아날로그 LP판이 들어있었다.. 그렇게 뜻밖의 턴테이블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 About The Show
✣ LIVE
w.o.d. presents "TOUCH THE PINK MOON" (더블유오디 프레젠츠 "터치 더 핑크 문")
✣ DATE
2026년 4월 23일 (목)
✣ LOCATION
도쿄 에비스 LIQUIDROOM (리퀴드룸)
✣ LINE UP
✧ w.o.d. (더블유오디)
✧ STRAIGHTENER (스트레이테너)
✧ Texas 3000 (텍사스 3000)
✧ DJ : 타이시 이와미 (SUPERFUZZ)
✧ DJ : 사토 에이타로 (indigo la End)
✧ DJ : 켄 맥케이 (w.o.d.)
※ 본 공연은 일부 무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공연 및 전시 공간에서 사진 촬영과 SNS 업로드가 허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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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pendix]
✣ w.o.d. "2026 ONE MAN TOUR" 개최!
08.30 [일] 카나자와 EIGHT HALL
09.12 [토] 오카야마 IMAGE
09.13 [일] 후쿠오카 BEAT STATION
09.19 [토] 나고야 DIAMOND HALL
09.25 [금] 센다이 MACANA
09.27 [일] 삿포로 PENNY LANE 24
10.03 [토] GORILLA HALL OSAKA
10.08 [목] Zepp DiverCity [TOKYO]
■ 티켓|4,800엔 (드링크대 별도)
■ 팬클럽 최속 선행 예매
<접수 기간> 4월 23일(목) 21:00 ~ 5월 10일(일) 23:59
<매수 제한> 1인당 2매까지
✣ w.o.d. 오피셜 팬클럽 "SUNNY GARAGE" 개설!
▼ 오피셜 팬클럽 "SUNNY GARAGE"
https://wodband-fanclub.bitfan.id/
<콘텐츠>
■ 라디오 (RA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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