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쿠하리 멧세로 향하는 길, 이미 유니즌 스퀘어 가든 굿즈와 티셔츠를 착용한 팬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지난 4월 발표된 드러머 스즈키 타카오의 갑작스러운 탈퇴와 밴드의 활동 휴지 소식은 오랜 기간 이들을 응원해 온 팬들과 제이팝 리스너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수많은 동료 아티스트들의 안타까움이 이어지며 일본의 엑스(X, 구 트위터) 등 주요 커뮤니티에서 연일 실시간 트렌드에 오를 정도였다. 나 또한 <타이거 앤 버니> 타이업 시절부터 이들의 음악과 함께해 왔고, 당장 작년 원더리벳 2025에서도 압도적인 무대를 보며 감탄했었기에 아쉬움이 더욱 컸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들의 음악을 두 귀에 새겨넣고 싶었다. 티켓팅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치열했다. 현지 팬들의 후기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번 라이브 관객의 약 90%가 공식 팬클럽 'UNICITY' 선행 당선이었고, 나머지 10%만이 일반 선행 및 예매로 표라고한다. 팬클럽 선행에서조차 상당수의 낙선이 발생한 만큼, 오늘 마쿠하리 멧세에 모인 3만여 명의 관객들은 대부분 오랜 시간 유니즌을 응원해 온 팬들임을 알 수 있었다.

오후에 도착한 회장은 이미 수많은 인파로 가득했다. 마쿠하리 멧세 1~5홀을 대관한 이번 공연은 1~3홀을 라이브 회장으로, 4~5홀을 굿즈 판매 및 대기 장소로 사용했다. 행사장 안팎으로 쉴 곳과 먹거리가 잘 갖춰져 있어 비교적 쾌적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회장 입구에 끝없이 늘어선 화환들이었다. 팬들이 뜻을 모아 보낸 화환부터 그동안 연을 맺은 방송사, 잡지사, 레이블은 물론 동료 밴드들과 수많은 타이업 작품들까지 헤아릴 수 없이 다채로웠다.

반면, 라이브 회장 내부는 놀라울 정도로 꾸밈이 적었다. 거창한 무대 장치나 화려한 장식 없이 오로지 '음악' 하나로 승부하겠다는 밴드의 굳은 의지가 엿보였다. 미니멀하고 소박하게 구성된 공간 덕분에 회장 밖을 가득 채운 꽃들이 더욱 찬란하게 빛났고, 이들이 업계와 대중에게 얼마나 깊은 사랑을 받아왔는지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입장에만 2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거대한 규모였지만, 예정된 18시 30분 정각, 지체 없이 라이브의 막이 올랐다.
장내가 암전되고 무대 중앙에 푸른 조명이 켜졌다. 맨 뒤편 구석에 자리를 잡았음에도 멤버들이 무대에 오르고 악기를 쥐는 모습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가장 먼저 등장한 스즈키를 향해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고, 이어 보컬&기타 사이토 코스케와 베이스 타부치 토모야가 무대에 올랐다.
첫 곡은 최신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프레이즈 보틀 바이바이'. 이어진 두 번째 곡은 인디즈 시절에 발매한 '어나더 월드'였다. 단 두 곡만으로 현재와 과거를 순식간에 잇는 완벽한 청각적 연출이자, 그들이 걸어온 길을 단숨에 압축해 보여주는 도입부였다.
이후 암막 속에서 흘러나온 곡은 가장 기다렸던 <타이거 앤 버니> 1기 오프닝 '오리온을 덧그리다'가 흘러나왔다. 최근 애니메이트 설문조사에서 유니즌을 대표하는 애니송 1위를 차지했던 곡이자, 개인적으로 유니즌을 처음 만나 가장 긴 추억을 공유한 노래였다. 감동 속에서 읊어진 가사는 마치 지금 유니즌의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와버렸다. 감정을 추스를 틈도 없이 곡이 끝나기 무섭게 이어진 히트곡 '카오스가 극에 달하다'에서는 무대 뒤편의 대형 커브드 모니터를 통해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하는 영상 연출이 터져 나왔다. 압도적인 사운드와 눈부신 조명 속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라는 사실조차 잊은 채 음악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번 라이브가 유독 특별했던 이유는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세트리스트와 가사 한 줄 한 줄이 밴드가 팬들에게 띄우는 편지이자 다짐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팬들 사이에서 수많은 해석이 오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공연 중반 내 마음을 강하게 울렸던 극장판 <타이거 앤 버니> 주제가 'harmonized finale' 가사를 일부 발췌해본다.
고마워 고마워 다시 만날 때까지, 만날 수 있는 날까지
고마워 고마워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되어 가
오늘이 오늘인 채로 계속 이어져 가기를
너를 쫓아갈게, 그 미래까지
ありがとう ありがとう また会えるまで 会える日まで
ありがとう ありがとう ここからまた始まってく
今日が今日で続いていきますように
君を追いかけるよ その未来まで
이후 이번 라이브의 타이틀이자 이들의 메이저 데뷔 곡이기도 한 '센티멘탈 피리오드'가 흘러나왔되다. 제목 그대로 밴드의 한 챕터에 마침표(Period)를 찍는 연주였다. 공연 막바지, 대히트곡 '슈가송과 비터스텝'이 끝나고 모두가 마지막이라 생각했을 때 진짜 마지막으로 연주된 곡은 'Catch up, latency'였다. 시간의 지연(Latency)이 있더라도 우리의 음악은 언제나 당신의 미래를 따라잡아 함께 흘러갈 것이라는 눈부신 다짐과 함께, 현 체제의 유니즌 스퀘어 가든이 전하는 진정한 마지막 가사가 울려 퍼졌다.
삼가 아룁니다, 알고 있어. 순수함은 숨길수록 손해라는 걸.
이만 줄입니다, 끝맺어주길 바래. 우리가 비록 올바르지 않더라도.
拝啓 わかってるよ 純粋さは隠すだけ損だ
敬具 結んでくれ 僕たちが正しくなくても
모든 연주가 끝난 줄 알았던 찰나, 사이토의 "드럼스, 타카오 스즈키!"라는 외침과 함께 스즈키의 드럼 솔로가 시작되었다. 스틱 하나를 장난스레 떨어뜨리고 한 손으로 여유롭게 물을 마시며 템포를 유지하는 퍼포먼스는 그의 흔들림 없는 실력을 증명했다. 이윽고 회장에는 베이스 드럼의 묵직한 고동만이 남았다. 마치 심장 박동처럼 울리던 그 소리에 맞춰 스즈키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드럼으로 대변하던 고동은 점차 느려지더니 마침내 멎었다. 유니즌 스퀘어 가든의 드러머로서의 20여 년 여정이 끝을 맺는 순간이었다.
충격적이면서도 짙은 여운을 남긴 퍼포먼스 후, 세 사람이 함께 무대 중앙에 섰다. 미소 띤 얼굴로 눈물을 머금은 사이토, 그리고 슬픔보다는 긍지와 자랑스러움이 묻어나는 타부치의 표정이 교차했다. 다 함께 인사를 마치고 두 멤버가 먼저 무대를 떠난 뒤, 홀로 남은 스즈키는 팬들에게 진심을 전했다.
당신이 지펴준 불꽃 덕분에, 오늘까지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보답은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항상 그렇게 생각하며, 드럼을 힘껏 두드려 왔습니다.
부디 저 또한 당신에게, 불꽃을 전해줄 수 있었기를.
그리고 다시 언젠가 어딘가에서 만난다면, 당신에게 불꽃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일 수 있도록, 그때까지 저 자신을 계속 불태우겠습니다.
UNISON SQUARE GARDEN이었습니다.
또 만나요!
— 鈴木貴雄(UNISON SQUARE GARDEN dr.) (@SUZUK1TAKAO) July 15, 2026
객석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지만, 팬들은 그가 전한 메시지를 묵묵히 존중하며 조용히 그를 배웅했다. "안녕(さようなら)"이 아닌 "또 만나요(またね)"라는 약속을 가슴에 품고.
무대를 뒤로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심장을 두들기던 그가 무대를 완전히 떠난 후 스크린에 마지막으로 비친 것은 베이스 드럼에 그려진 심장 로고였다. 스즈키가 쏟아낸 퍼포먼스의 의미처럼, 그는 진정 유니즌 스퀘어 가든의 '심장'이었다.
라이브 종료 예정 시각인 20시 30분. 그들은 단 2시간 동안 3~4회의 짧은 암전을 제외하고는 쉴 틈 없이 온 힘을 다해 노래하고 연주했다. "유니즌 스퀘어 가든입니다", "유니즌 스퀘어 가든이었습니다." 단 두 마디의 MC만을 남긴 채 오로지 '음악'으로만 팬들과 마주해 온 이들다운 완벽한 마무리였다.
이 후기는 유니즌 스퀘어 가든이 세트리스트를 통해 보낸 메시지와, 스즈키의 마지막 심장 소리를 온전히 존중하기 위해 굳이 현 체제 종료에 대한 아쉬움이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길게 덧붙이지 않으려 한다. 오랜 시간 이들의 행보를 지켜보았던 리스너로서 만감이 교차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오늘 그들이 보여준 무대는 감히 바깥에서 말을 더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완벽했다.
마쿠하리 멧세에서 도쿄역으로 향하는 길. 온통 유니쿠라(유니즌 스퀘어 가든 팬 총칭)로 가득했던 열차는 도쿄역에 도착하자 뿔뿔이 흩어졌다.
그렇게 모두가 묵묵히, 자신들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UNISON SQUARE GARDEN
2026.07.15 Live at Makuhari Messe
✣ Setlist (Korean Ver.)
1. 프레이즈 보틀 바이바이
2. 어나더 월드
3. 오리온을 덧그리다 | 📺 <타이거 앤 버니> 1기 1쿨 OP
4. 카오스가 극에 달하다 | 📺 <블루 록> 1기 1쿨 OP
5. MR.앤디
6. 너의 눈동자를 사랑하지 않아
7. 벚꽃의 흔적 (all quartets lead to the?) | 📺 <벚꽃사중주> OP
8. 어울리지 않는 허밍버드
9. Invisible Sensation | 📺 <볼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쿨 OP
10. 오토노바 중간고사
11. 천국과 지옥
12. 방약의 카리스마 | 📺 <블루 록> 2기 OP
13. WINDOW를 열다
14. 클로버
15. harmonized finale | 🎬 극장판 <타이거 앤 버니 -The Rising-> 주제가
16. 닿을 수 없는 노래
17. 모형정원 록 쇼
18. 갈릴레오의 쇼케이스
19. 센티멘탈 피리오드
20. 철두철미 밤마다 드라이브
21. 슈가송과 비터스텝 | 📺 <혈계전선> 1기 ED
22. Catch up, latency | 📺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쿨 OP
23. 드럼 솔로
✣ Setlist (Japanese Ver.)
1. フレーズボトル・バイバイ
2. アナザーワールド
3. オリオンをなぞる | 📺 <타이거 앤 버니> 1기 1쿨 OP
4. カオスが極まる | 📺 <블루 록> 1기 1쿨 OP
5. MR.アンディ
6. 君の瞳に恋してない
7. 桜のあと (all quartets lead to the?) | 📺 <벚꽃사중주> OP
8. 場違いハミングバード
9. Invisible Sensation | 📺 <볼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2쿨 OP
10. オトノバ中間試験
11. 天国と地獄
12. 傍若のカリスマ | 📺 <블루 록> 2기 OP
13. WINDOW開ける
14. クローバー
15. harmonized finale | 🎬 극장판 <타이거 앤 버니 -The Rising-> 주제가
16. さわれない歌
17. 箱庭ロック・ショー
18. ガリレオのショーケース
19. センチメンタルピリオド
20. 徹頭徹尾夜な夜なドライブ
21. シュガーソングとビターステップ | 📺 <혈계전선> 1기 ED
22. Catch up, latency | 📺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쿨 OP
23. Drum Solo
✦ Remember The Show
✣ Live
UNISON SQUARE GARDEN LIVE 2026「Sentimental Period」
✣ Date
2026년 7월 15일 (수)
✣ Location
마쿠하리 멧세 국제전시장 1-3홀
✣ Line Up
✧ UNISON SQUARE GARDEN (유니즌 스퀘어 가든)